존 카펜터의 분노의 13번가 (1976) 을 감상했다.
전체적으로 잘 조율된
뛰어난 오락영화였다.
카펜터가 하워드 혹스의 <리오 브라보>를 오마주하려
영화를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오마주는 물론
카펜터의 색채가 입혀진 명작이 탄생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감상하면서 영화의 뛰어난 각본에 감탄했다.
제각각의 이유로 경찰서로 모이는 제각각의 인물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와중에
갱스터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범죄로 들끓는 근미래의 LA를 보여주는
첫번째 씬부터 이 영화는 범상치 않았다.
한밤중의 푸른 골목에서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카메라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제부터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현실의 la와는 동떨어진 인외마경의 장소임을 납득시킨다.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는 초반부터 아이스크림 사러 온 여자아이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소녀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아버지에게 동전을 받는 동안
몇 블록 떨어진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주인과 갱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소녀가 총을 맞으며 서스펜스를 폭발시켜버린다.
서스펜스에 있어서
히치콕과 비견될만한 강력한 씬이였다.
고립된 경찰서에서의 총격전도 재밌었다.
스멀스멀 몰려드는 갱들이 창문으로 침투할 때마다
인물들이 총격을 가하는 장면들은 오락적이였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갱스터들은 하나같이 대사가 없고
목적이나 감정을 보여주지 않아
마치 사람이 아닌 듯 보인다.
그러한 연출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살해당하는 갱스터들에 대해 불편함을 가지지 않고
오락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 같다.
마치 일종의 디펜스 게임같은 씬들이였다.
캐릭터들도 각본만큼이나 인상적이였다.
극의 중심을 잡는 비숍 상사도 좋았고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리도 좋았지만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죄수 나폴레옹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악행만 저지르던 사람이 선행을 하면
호감이 배가 된다고 했던가?
극중 나폴레옹이 경우에 부합했고
탄탄한 각본과 함께 매력적인 캐릭터로 성장한 것 같다.
이상 <분노의 13번가> 의 후기였다.
존 카펜터의 <괴물>과 더불어
두고두고 애정할만한 영화가 리스트에 추가된 것 같아 기쁘다.
카펜터의 나머지 영화들도 빠른 시일 내에 감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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