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 없는 후기
<한산: 용의 출현> 후기
dlstjd011011
2022. 9. 4. 10:44
김한민의 한산: 용의 출현 (2022) 을 감상했다.
감상을 마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난하게 보기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었다.
군더더기가 조금 있긴하지만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전황을 보여주는 편집들,
이순신과 와키자카 각자가 전투를 대비하는 방식들,
왜군 침공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항왜 캐릭터 등등
본격적인 한산도 대첩 이전의 과정들을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담아내려는 노력이 보였고 나름 준수한 빌드업이라고 느껴졌다.
해전 장면도 그렇다.
유인선이 와키자카의 본대를 유인해나오는 과정에서 기습을 당하는 위기와 지원 함선으로 인한 해소,
원균의 멍청한 전략으로 생겨나는 위기와 거북선의 등장이라는 해소,
거북선이 아직 적들 틈에 있어 화포를 발사하지 못해 학익진이 파훼될 위기와
절체절명의 순간 화포를 발사해 적들을 깨부수는 해소 등등
전투라는 거대한 구조 안에 조그마한 위기와 해소들을 집어넣어
긴 러닝타임 속에 구조적으로 관객들이 집중을 잃지 않도록 만들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무난하게 즐길만한 오락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이순신이라는 무게감 있는 소재 때문인지
감상 내내 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일단 카메라가 굉장히 산만했다.
자주 등장하는 크래쉬 줌이나 스위시 패닝 기법은 무게를 주려는 각본과 자꾸 충돌해 화면을 이질적으로 만들었다.
그냥 컷을 나누지 왜 이런 촬영을 고수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 앞서말한 전투에서의 위기와 해소를 보여주는 방식도 참 게으른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극적 요소가 등장하는 연출을
고조되는 음악을 순식간에 고요하도록 끄는 것 그 이상은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저 놀란 인물들의 표정의 연속일 뿐 창의성을 발휘한 것 같지 않았다.
그나마 원균의 배 너머로 거북선 등위 가시들이 스르르 지나가는 샷은 볼만했다.
거북선이 왜선들을 전부 부셔버리는 장면들도 기대하던 쾌감의 수치만 못했다.
왜선을 부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운드일텐데
대포를 쏴 배가 부셔지거나 충파를 할때의 음향은 그저그런 수준이였다.
또한 대사의 유치함, 특히 왜군들이 내뱉는 대사의 심각한 유치함은 둘째치고
바다 위에 성 대사는 잘썼다고 생각한건지 계속 내보내는 것이 웃겼다.
그외 영화의 외적으로
일본 장수들의 배역을 한국 배우들이 연기함에 있어
어색함같은 것이 많이 느껴졌다.
굳이 한국 배우를 캐스팅할 필요가 있었나싶다.
또한 고증 문제에 있어서
세세한 역사적 사실들은 차치하고
별로 이쁘지도 않고 지나치게 두정을 빽빽하게 박아놔
군대 쫄쫄이같은 두정갑이 정말 맘에 안 들었다.
두정갑은 육중하면서 망토처럼 길게 늘어뜨린게 매력인데...
어쨌건 할리우드 영화에 적응되어있는 관객들이
언제까지나 이 정도면 한국 영화치고 괜찮다며 만족하진 않을 것이다.
명량으로부터의 장족의 발전은 박수받을만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할리우드가 쇠퇴하고 있는 지금, 한국 영화가 무난함에 안주하지 않고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