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 없는 후기

<서편제> 후기

dlstjd011011 2022. 9. 4. 10:26

출처-구글

 

임권택의 서편제 (1993) 를 감상했다. 

 

한국의 한 이라는 정서를 깊이 탐구한 영화를 보게 되어 좋았다. 
 
영화의 등장인물은 아버지 유봉과 오누이 송화와 동호 셋이다.
아버지 유봉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소리꾼으로
고집 세고 판소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송화는 그런 아버지의 소리를 그대로 계승받으며 그 한까지 물려받는다.
반면 동호는 가족을 두고 홀로 도망가게 된다. 
 
이러한 영화의 인물들이 한국의 역사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문화를 계승하던 사람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으며 사라져가는 것,
그리고 한이 대물림된다는 것에서 특히 그렇다. 
 
그중 특히 공감이 갔던 인물은 동호이다.
동호는 타고난 재능이 없어 판소리를 배우지 않으며 소리에 대한 애정도 없다.
그는 아버지를 경멸하며 결국 가족을 떠나 도망친다.
그런데도 한의 대물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적어도 관객인 내가 보기엔 동호 또한
유봉과 송화가 잠겨있던 것과 동일한 한에 잠겨있는 인물처럼 보였다. 
 
영화는 동호가 가족들을 찾아헤매는 현재와 과거를 떠올리는 플래시백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가족과 판소리, 과거에 속해있는 것들을 뒤로 하고 도시로 도망간 동호이지만
여전히 과거에 종속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조우한 동호와 송화는 판소리를 통해 모든 한을 풀고 승화한다.
그러나 두 남매는 만나자마자 서로를 떠나게 된다.
동호는 자신이 속해있는 도시로 다시 돌아가야했고 송화는 다시 어디론가 떠난다.
이미 그 둘이 사는 세계는 달라져버린 것이다. 
 

출처-구글

나는 동호가 현대 한국인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살아가고 발전하기 위해 판소리로 대변되는 옛것을 모두 버려야만 하지만
결코 과거로부터 물림되는 한만큼은 버릴 수 없는 현대인들 말이다. 
 
만약 동호가 현대인이고 도시이자 현재라면 송화는 옛사람이며 옛것이고 과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송화는 한으로부터 승화한 후 어디로 갔을까?
이미 도시에는 동호만이 남았고 모든 땅이 도시가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송화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혹, 소리를 갈고닦다보면 알 수 있을지도? 
 
그외 영상미가 정말 인상깊었다.
90년대까지만해도 한국에 저런 곳들이 많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한국이 순식간에 변화했구나싶다.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밭길을 걸어오는 롱테이크가 자주 떠오를 것같다.
 
겉으로만 한국적인 것이 아닌 진정 한국의 정서를 다루는 영화를 보게 되어 무척 기뻤다.
 
 

출처-구글